제1조 — 목적. 본 계약은 쥘리앵 케슬러(이하 ‘남편’)와 이네스 마르샬(이하 ‘아내’)의 혼인, 그리고 그 존속 기간 동안 두 사람의 공동생활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계약은 여기에 기재된 의무 외에 양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의무도 발생시키지 아니한다.
2026년 9월 14일 월요일, 포르트 드 클리시, 파리 사법재판소 2.07호 법정. 13시 30분 공판. 나는 내 자리에 있다. 법대 아래, 서기의 왼쪽, 기계를 두 무릎 사이에 단단히 끼우고. 검은 키 스물세 개, 그 위에 글자는 하나도 없다. 내가 치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내가 소리를 죽이고 피아노를 친다고 생각한다. 절반은 맞다.
케슬러 부동산 대 우르크 거리 세입자 협회. 건물 네 동, 주택 쉰여덟 가구, 철거를 위한 퇴거 통지 쉰여덟 건. 마지막 공판이다. 6월부터 나는 이 사건에서 19만 1천 단어를 옮겨 적었다. 세입자 누구의 얼굴도 모른다. 그들이 어디서 말을 고치는지는 안다.
사라 베유 변호사가 케슬러 측을 변론한다. 분당 170단어, 40분 동안 머뭇거림 한 번 없이, 숫자를 식탁보 위에 잔을 놓듯 하나씩 내려놓는다. 협회 측 벤사이드 변호사는 분개할 때 185까지 올라가고, 4분마다 분개한다. 나는 전부 받는다. 사람들이 내게 단어를 주면, 나는 같은 단어를 돌려준다. 하나도 더하지 않고.
맨 뒷줄, 벽에 붙은 자리, 문과 법정이 한꺼번에 보이는 곳에서 한 남자가 메모를 하지 않는다. 짙은 회색 정장, 넥타이 없이, 두 손을 허벅지 위에 평평하게 올려놓고. 그는 변호사들을 보지 않는다. 재판장을 보지 않는다. 그는 내 손을 본다.
익숙한 일이다. 20분쯤 지나면 사람들은 싫증을 낸다. 너무 빨라서 재미가 없는 것이다. 그는 싫증을 내지 않는다. 14시 50분에도, 15시 25분에도, 16시 10분에도, 내가 벽시계 쪽으로 눈을 들 때마다 그의 시선은 내 손가락 위에 있다. 그의 왼손 등에 하얀 선이 하나 있다. 곧고, 6센티미터쯤 된다. 세 시간 동안 그 손은 한 번도 움직이지 않는다.
16시 32분, 베유 변호사가 그 땅에 이른다.
베유 변호사 — 2012년 이래 나대지인, [다시 말함] 2012년 이래 공지인 리케 거리 27번지 필지는 어떠한 소송의 대상도 아니며, 재판장님, 리케-우르크 사업의 핵심이 놓여 있는 곳이 바로 이 필지입니다…
오후 들어 첫 번째 다시 말함. 나대지, 공지. 나는 둘 다 친다. 나는 언제나 둘 다 친다.
왼발이 온 무게를 실어 바닥을 평평하게 누른다. 손가락은 느려지지 않는다. 210, 220. 기계는 이 땅과 저 땅을 구별하지 않는다. 맨 뒷줄의 남자가 내 손에서 눈을 뗐다. 그는 내 얼굴을 본다. 3초, 4초. 그리고 문을.
재판장이 선고 기일을 11월 13일 금요일로 정한다. 17시 2분이다. 공판 세 시간 32분, 2만 9,640단어. 남자는 재판장보다 40초 늦게, 뒤돌아보지 않고 나간다. 서기가 서류철을 챙기면서, 날씨를 알려 주듯 그의 이름을 알려 준다.
“케슬러예요. 아들. 아버지가 죽고 나서 이제 사장이죠. 여기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나는 기계를 케이스에 넣는다. 서기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물었다면 대답해 줬을 것이다.
9월 18일 금요일, 17시 4분, 중앙 홀. 베유 변호사가 보안 검색대 옆에서 나를 기다린다. 코트를 팔에 걸친 채, 오래 머물지 않으리라고 계산해 둔 사람처럼.
“마르샬 씨. 사라 베유입니다. 제 의뢰인이 제안을 하나 드리고 싶어 합니다. 사적으로요.”
“어떤 의뢰인이요?”
“월요일에 당신을 보고 있던 분이요.”
그녀가 명함을 내민다. 뒷면에 잉크로: 22일 화요일, 18시, 푸앵뒤주르 강변로, 31층.
“어떤 종류의 제안이죠?”
“로비에서는 하지 않는 종류요.” 그녀가 말한다.
170. 서서 말할 때도, 고작 스물여덟 단어일 때도. 이 속도에서는 아는 여자와 복종하는 여자를 구별할 수 없다.
크리메역에서 걸어서 돌아온다. 우르크 거리,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계단 94개, 19제곱미터. 사크가 문 뒤에서 기다린다. 검은 털, 노란 눈, 갈고리처럼 굽은 꼬리. 두 번째 사크다. 첫 번째는 2019년에 죽었다. 이 녀석은 제게 전임자가 있었다는 걸 모르고, 창업자처럼 군다.
매일 밤처럼 20분 연습. 국회 토론 하나를 180으로, 이어 220으로, 그리고 버티려고 240으로 돌린다. 230부터 어깨가 귀 쪽으로 올라간다. 나는 어깨를 다시 내린다.
20시에 다시 나간다. 400미터. 임대차 계약서에 서명하던 날, 2021년, 서명하기 전에 휴대폰 만보기로 재 두었다. 리케 거리 27번지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 초록색 합판 가림막이 있다. 높이 2미터 40, 전면 길이 31미터, SCI 리케 27 — 사유지 표지판 하나, 그 위로 이미 끝난 공연 포스터들. 판자 두 장 사이로 부들레야와 매트리스 하나, 옆으로 쓰러진 마트 카트 하나가 보인다. 15년 동안 이곳에서는 누가 심은 것이라곤 하나도 자라지 않았다.
시계를 손에 들고 5분을 서 있는다. 금요일마다 이렇게 한다. 그러고는 계단 94개를 다시 올라간다.
9월 22일 화요일. 불로뉴비양쿠르, 푸앵뒤주르 강변로. 엘리베이터가 31층까지 가는 데 38초가 걸린다. 20층에서 귀가 먹먹해진다.
사무실은 타워의 폭을 통째로 차지한다. 아래로 센강, 세갱섬, 거기서 끝나는 도시. 쥘리앵 케슬러는 안쪽에 앉아 있다. 유리창을 등지고, 문을 마주 보고. 내가 들어가자 그가 일어선다.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베유 변호사는 옆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녀 앞에 닫힌 파란 서류철. 그의 맞은편에 의자가 하나 있다. 나는 앉는다.
그가 말한다. 일곱이나 여덟 단어짜리 문장들, 싹둑 잘린. 단어마다 값을 치르고 거스름돈은 사양하는 사람처럼. 그의 아버지는 1월 12일에 죽었다. 2024년 3월 3일자 유언장. 서른일곱 살 생일인 2027년 4월 3일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가족 지주회사는 10년간 신탁에 들어가고 운영은 삼촌이 맡는다. 그는 삼촌이 그것을 운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아내를 찾고 있다. 열여덟 달. 한 달에 1만 8천 유로.
나는 센다. 그는 속도를 잴 수 있을 만큼 말하지 않는다. 정직한 속도를 얻으려면 적어도 6초는 끊기지 않고 말해야 한다. 그는 내게 4초 넘게 주는 법이 없다.
“왜 나죠?”
“세 시간 동안 당신을 봤어요. 당신은 한 단어도 보태지 않았어요.”
열두 단어. 이것도 잴 수 없다.
베유 변호사가 파란 서류철을 열고, 스테이플러로 찍은 아홉 장을 내 쪽으로 밀어 준다. 조항 열네 개. 각 페이지 아래에 내 이니셜을 넣을 네모 칸 하나.
나는 읽는다. 제1조, 목적. 제2조, 기간: 열여덟 달, 2028년 3월 22일 종료. 제3조, 거주: 페장드리 거리, 내 방 하나, 내 열쇠 하나. 제4조, 혼인, 16구 구청, 부부 별산제. 제5조, 매달 1일에 1만 8천 유로. 합계 32만 4천 유로. 제6조, 외관. 제7조: 본 계약에 따라 어떠한 친밀한 관계도 의무로서 요구되지 아니한다. 의무로서. 제8조, 나는 법원의 내 자리를 유지한다. 제9조, 침묵. 모두에게, 영원히. 제10조, 만료 시 이혼. 제11조, 중도 해지: 누구든 원할 때 그만둘 수 있고, 나는 잔액을 받아 떠난다. 제12조, 나는 상속을 포기한다. 제13조, 내 공책들은 내 것으로 남는다.
조항 열세 개.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31층에서는 환기 장치 소리와, 멀리 이시 상공을 나는 헬리콥터 소리가 들린다.
9쪽에는 조항이 하나뿐이다. 제목이 없다. 글꼴은 다른 페이지들과 같지만 왼쪽 여백이 2밀리미터 좁다. 다른 곳에서 조판한 것처럼.
“제14조는 제가 쓴 게 아닙니다.” 베유 변호사가 말한다. “케슬러 씨가 직접 작성하셨어요. 저는 번호만 붙였습니다.”
제14조. 본 계약의 존속 기간 동안, 아내는 2011년 2월 21일에서 22일로 넘어가는 밤 파리 19구 리케 거리 27번지에서 발생한 화재에 관하여 남편에게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아니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남편은 제11조에 정한 권한을 가진다.
한 번 읽는다. 마흔일곱 단어. 누가 내게 불러 주는 것처럼, 문장을 잘라 말하는 남자의 속도로 다시 읽는다. 첫 문장은 한 호흡에 서른다섯 단어다. 내가 끝까지 들은 그의 문장은 이것 하나뿐이다.
책상 아래, 허벅지 위에서, 내 손가락이 2월 21일을 화음 두 번으로 친다.
쥘리앵 케슬러는 내가 읽는 것을 보지 않는다. 그는 문을 본다.
서류철 위에 펜이 하나 놓여 있다. 나는 내 펜을 꺼낸다. 아홉 장에 이니셜을 넣고 마지막 장에 서명한다. 2026년 9월 22일, 18시 40분. 그가 내 다음에, 오른손으로 서명한다. 왼손은 책상 위에 평평하게 놓여 있다. 하얀 선이 천장을 향한 채.
“나머지에 대해서는 물어봐도 됐는데요.” 그가 말한다.
“나머지에 대해서는 질문이 없어요.”
엘리베이터는 36초 만에 내려간다. 강변로에 버스가 한 대 지나가고, 또 한 대 지나간다. 조서에서는 누가 했는지 모를 때 발생한이라고 쓴다.
나는 연기가 나보다 빨리 계단을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